출처 – https://www.facebook.com/younggi.ham/posts/609215525786831

프로젝트 학습을 하는 이유(2)

이번 주말에는 강릉에서 강의가 예약 돼 있다. 강의 제목은 ‘교사의 성장과 사유’이지만, 세부 주제는 ‘프로젝트 학습을 하는 이유’이다. 말하자면 프로젝트 학습을 하는 이유를 붙들고 네 시간 동안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는 형식이다. 요즘 내가 하는 강의의 주제들, 예컨대 교육과정 재개념화와 혁신교육, 교사의 성장과 사유, 존재와 전망, 교실 의사소통, 시민을 위한 교육학 등의 주제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무엇을 주제로 강의를 하든, 수업을 획기적으로 혁신시켜줄 비책 혹은 모형이나 방법, 절차 같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수업을 개선하겠다고 특정 모형이나 방법, 절차에 기대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말한다. 나 자신도 지금 하루에 몇 번이나 교실에서 아이들과 부조화를 겪고, 그로 인해 소진을 거듭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렇게 하면 수업이 개선된다’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은 일종의 ‘자기 기만’일 수 있다. 

‘수업이 힘든 이유’는 어떤 모형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어떤 모형이 수업을 개선해주리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일이 무엇을 매개로, 어떤 장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서 일어나는지 외면하고 절차와 방법에만 의존하는 경우, 그 수업은 필연적으로 본질을 비켜나게 돼 있다. 학생들의 동기유발이 강렬하게 일어나더라도 교사의 손 끝이 잘못된 지점을 향하고 있다면 그땐 너무 강한 동기가 오히려 문제가 된다. 동기의 강렬함보다 중요한 것은 ‘동기가 향하는 곳’이다.

프로젝트 학습 이야기로 되돌아가 보자. 프로젝트 학습을 처음 시작하는 교사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절차를 명시해 놓은 학습 계획서를 구한다. 그것이라면 학습의 과정에서 실수를 최소화하고 성공으로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믿음 때문이다. 또한 타자에 의해 관찰될 때 수업을 어떻게 상세하고 짜임새 있게 계획했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수업을 잘 계획하는 것에 치중하게 된다. 그런데 어쩌랴. 수업계획서를 얼마나 잘 작성하느냐 하는 문제와, 학생들에게 프로젝트 학습을 통하여 얼마나 지식이 내면화되느냐 하는 문제는 별개로 일어나는 과정이다. 

프로젝트 학습을 할 때, 우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사항들은 프로젝트 학습을 왜 하는가에 대한 교사 자신의 의미 부여이다. 그리고 이 학습을 통해 어떤 지식이 구성되어야 할 것인가를 숙고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떻게’의 문제이다. 일전에 프로젝트 학습을 하는 이유(1, 아래 참조)에서 밝힌 바와 같이 프로젝트 학습은 학습자가 학습을 계획, 진행, 결과를 표현하는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지식을 구성, 축적해 나가는 학습방법의 일종이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두 가지를 하게 되는데 하나는 생각(사유), 하나는 타자와의 협력이다.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과제가 제시하는 목표에 다가서게 하는 것, 이것이 먼저 생각해야 할 프로젝트 학습의 이유이다. 

두번째로 프로젝트 학습을 통해 구성되는 지식은 어떤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보통 잘 진행되었다고 하는 프로젝트 학습에서 아이들이 제출한 결과물을 보면 ‘기존의 지식을 모아 잘 짜깁기해 놓은’ 경우가 많다. 물론 기존의 지식을 재구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지 않으면 안된다. 교사의 지식관이 중요한 이유이다. 지식이란 것이 인식 주체 외부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객관적인 것인지, 또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를 거쳐 보증되어 나가는 것인지, 경험의 연속적 재구성 과정에서 내면화되는 것인지에 대한 교사의 공부와 이를 통해 형성된 안목이 필요하다. 즉, 프로젝트 학습은, 그 속성상 절차를 잘 마련하는 것보다 교사의 철학이 더 중요하다. 

왜(철학), 무엇을(내용) 등의 고민을 바탕으로 어떻게(방법)가 나올 수 있다. 종종 이들은 순서를 바꾸기도 하지만, 쉽게 시작하겠다고 방법과 절차에 먼저 의존하게 되면, 곧 한계를 느끼게 될 것이다. 방법은 위에서 제기한 질문, ‘왜’와 ‘무엇을’에 탄탄하게 기반해야 한다. 단순히 기능적 적용이 아니라 이것이 몸과 마음에 붙도록 교사의 사유가 필요하다. 곧 교사의 성장이란 새로운 기능을 익혀 적용하는 과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사유의 과정을 통하여 오는 것이다. 이럴 때 학습자들도 사유의 습관과 방법들을 익혀나가게 된다. 프로젝트 학습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참고> 
프로젝트 학습을 하는 이유(1)

얼마 전 강의 때 언급한 말인데 페친 선생님께서 페북에 올려주셔서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어졌다. 프로젝트 학습을 하는 이유는 접근 방식에 따라 적용하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양하다. 그러나 다양한 관점을 가로지르는 공통된 이유는 ‘아이들을 생각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생각(사유)’은 지식을 단순하게 기억하기 위해서 하는 행위가 아니다. 지식을 내면화하고 이것이 학습자의 삶 속에 녹아들게 하기 위해서는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 생각없는 공부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생각없는 공부, 혹은 그것의 변종들이 도처에서 판을 치고 있다. 

프로젝트 학습은 간단히 말해, 학습의 계획과 진행 과정, 그리고 결과의 표현 및 평가 과정에서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학습의 한 형태이다. 학습을 계획하고 진행할 때, 결과를 표현하고 동료와 자기 자신을 평가할 때 진지한 사유가 동원된다. 이것이 프로젝트 학습의 효과이다.

그러므로 프로젝트 학습 역시 기법을 적용하는 것에 매몰되면 안 된다. 교사의 역할은 매뉴얼을 충실히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과정에서 학습자들이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다. 학습자의 주도성이 강화된다고 교사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교사 역할의 축소가 아닌 역할의 변화, 그리고 이것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학생들의 사유를 촉진한다.

더러 프로젝트 학습을 주제로 강의를 나가보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관심있어 하는 것은 프로젝트 학습의 절차와 적용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떻게 기능적으로 완성할 것인가를 고민하다 보니 ‘학습자의 사유 촉진’이라는 고유의 목적을 망각하고 학습을 ‘절차적으로 조직’한다. 교사가 프로젝트 학습을 잘못 사고하면, 의외로 성과주의와 형식주의에 쉽게 매몰될 수 있다. 교사가 한 단위의 학습을 절차적으로 완료하는 것과 사유를 통한 학습자의 지식이 축적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사실 프로젝트 학습(Project Based Learning)이 태동되고 발전해 온 역사는 ‘과제 완수’, ‘임무 완수’를 두고 다양한 절차를 동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더 과정이 아닌 과제와 목표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교수학습의 장면에 어떤 기법을 매개로 들여온다면 그것은 가르치고 배우는 일을 측면에서 조력하는 매개일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프로젝트 학습에서 학습자의 사유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학습을 절차적으로 완성’하겠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그리고는 학생들과 더불어 생각의 무한한 바다에 빠져들라. 교사와 학생이 어우러져 고민을 나누고, 학생끼리 대화하도록 하여 학습에서 ‘서사’의 줄기를 잡게 하라. 의사소통이 없는 프로젝트 학습은 기법과 절차 위주의 학습으로 전락시킨다. 

내 경험으로 프로젝트 학습을 한 번 하고 나면 아이들은 물론이지만 교사가 성장한다. 성장의 핵심은 ‘기능적 절차의 완성을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의 능력’이 확장되고 심화되는 것이다. 교사가 사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어찌 학생들의 사유를 바랄까?

교컴지기^^


푸른꿈샘

교육과 IT에 관심이 많고 푸른꿈교실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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